홈페이지 상위노출 [한입 우리말]좋은 말은 회자, 나쁜 말은 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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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날짜25-11-02 23:38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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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상위노출 “그의 과거 사기 범행이 회자된다.” “그 영화는 명작이라고 회자된다.”
‘회자(膾炙)’는 본래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이다. 회라 하면 흔히 생선회를 떠올리지만 여기서의 회는 날고기, 즉 육회를 가리킨다. 육회는 신선한 고기를 써야 하기에 귀했고, 구운 고기 또한 외식의 단골 메뉴일 만큼 많은 이들이 즐기는 음식이다. 그래서 ‘회자되다’는 사람들이 고기 음식을 즐기듯 어떤 대상에 대해 칭찬하고 좋아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명작은 회자해도 되지만, 사기 범죄가 회자되면 당혹스러운 이유이다.
회자와 비슷한 표현으로 ‘입소문이 나다’가 있다. 입에서 입으로 좋은 평가가 퍼져나간다는 뜻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 중 하나인 ‘바이럴 마케팅’이 바로 입소문 전략이다. 지금은 ‘입’보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더 바쁘지만 ‘이거 좋다’고 이곳저곳에 알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반대로 흉이나 나쁜 소문이 도는 것을 ‘구설에 오르다’라고 한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뜻한다. 흔히 ‘구설수에 오르다’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수’는 ‘운수’이므로 ‘구설수’는 곧 ‘구설에 오를 운수’를 뜻한다. 그래서 ‘구설수가 있다’나 ‘구설수가 생겼다’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한자어 대신 쉽게 쓸 수 있는 말로는 ‘입방아’가 있다. ‘어떤 사실을 화제로 삼아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입을 놀리는 일’을 뜻하며,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입방아를 찧다’라고 표현한다. ‘곡식 따위를 찧거나 빻는 기구’인 방아가 입속에 있다니, 참 재밌다. 입방아에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함께 오르내리는데 그런 입방아를 찧으면 나오는 떡이 ‘쑥떡쑥떡’이란다. ‘쑥떡’은 맛있지만 ‘쑥떡쑥떡’은 표준어가 아니다.
또 ‘이러쿵저러쿵 남의 흉을 보는 입의 놀림’을 뜻하는 ‘입길’이라는 말도 있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니 ‘입’자가 들어간 말이 유난히 많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주목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왕이면 ‘쑥덕쑥덕’ 입방아나 ‘입길’에 오르기보다 ‘회자되고 입소문이 나는’ 쪽이면 좋겠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52쪽 | 1만8800원
시민 1은 노란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치킨 가게 출입을 제지당했다. 시민 2는 무슬림 여성의 복장인 히잡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치킨 가게 출입을 제지당했다. 여기서 질문. 어떤 것이 우리가 주시해야 할 ‘차별’인가. 답은 시민 2가 겪은 일이다. 물론 시민 1이 겪은 일도 황당하고 억울하다. 이 치킨집 사장의 취향이 이해되는 바는 아니지만 다른 색의 옷을 입고 가면 손쉽게 해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시민 2가 거부당한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그에게 히잡은 자신의 종교이자 정체성의 일부인데 이를 부정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노란 옷 대신 파란 옷을 입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차별은 특정한 집단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것이 머리와 마음속에 머물 때는 상관없지만 하나 둘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로 이어진다. 심리적 장벽이 조금씩 무너지다보면 어느새 편견과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동참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벌어졌던 중국인 입장금지 문제를 특정 업주의 취향이나 일회적 해프닝으로 보아 넘기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 문제에 대해 천착해 온 저자는 차별이 무엇이고 왜 나쁜지 그 개념을 짚는 것부터 시작한다. 한국처럼 고도화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이런 문제가 확산되는지, 결국 우리 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이를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를 현실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한국에서 혐오·차별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전후이다.
이후 확산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는 극우 정치의 연료가 되어 창궐하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우려스러운 현재의 모습은 특정 사태가 아닌, 지난 10여년간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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