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서울시 “남산 곤돌라 소송 패소해도 진행”···환경단체 “특혜 면허 회수하면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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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날짜25-12-20 19:46 조회0회 댓글0건본문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남산 곤돌라 사업에 들어갔으나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의 소송 제기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됐다.
19일 판결의 핵심은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를 위해 기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한 게 적법했는지 여부이다. 시는 곤돌라 사업에 필요한 높이 30m 이상의 철근 기둥을 설치하기 위해 곤돌라 사업 용지의 용도구역을 변경했다. 한국삭도공업은 시의 처분이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 기준을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승소 즉시 공사를 재개해 2027년 상반기까지 곤돌라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패소해도 항소와 함께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6월 초 국토부 장관 승인 후 7월 21일 입법예고를 마친 상태다. 다만 정권 교체와 새 장관 부임으로 법제처 심사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채 멈춰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최근 ‘독점 타파의 명분은 사라졌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궤도운송법 개정으로 시가 남산 케이블카 면허를 회수해 운영하면 곤돌라를 굳이 지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궤도운송법 개정안은 1961년 국내 첫 삭도(케이블카) 사업 허가를 받은 한국삭도공업의 독점 구조가 문제가 되면서 추진됐다. 개정안은 궤도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20년 이내 범위에서 정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재허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삭도공업은 유예기간 2년을 거쳐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환경연합은 “한국삭도공업의 기형적인 ‘영구 면허’ 특혜를 회수하고 공공의 통제 아래 둘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면서 “굳이 수백억 원을 들여 숲을 파괴하고 중복 투자를 감행할 이유가 하등 없다. ‘독점 해소’가 진정 서울시의 목표라면, 그 답은 토건 공사가 아니라 법과 제도의 집행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곤돌라 추진을 위해 공원녹지법 시행령까지 손대며 남산 보호의 최후 보루인 ‘높이 규제(12m)’ 마저 없애려 하고 있다”면서 “변화된 입법 환경을 무시하고 끝내 곤돌라 건설을 고집한다면 애초에 ‘독점 해소’는 핑계였을 뿐 실제 목적은 ‘토건 개발’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케이블카와 곤돌라는 사업 목적이 달라 궤도운송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곤돌라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케이블카의 경우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 특히 교통약자의 접근성이 크게 부족해 명동역 인근에서 바로 이어지는 곤돌라를 통해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남산 방문객 증가로 인한 대기 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권을 회수해도 케이블카 시설 자체는 한국삭도공업 소유라 관여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환경연합은 ‘교통약자 접근성’은 기존 시설의 현대화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조해민 활동가는 “독점 구조가 해소되고 운영권이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온다면, 기존 케이블카 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서 “멀쩡한 자연을 훼손하며 같은 기능을 가진 시설을 옆에 또 짓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자 생태적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모네의 ‘수련’ 시리즈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 지하 전시관은 역사 속에서 주변화되거나 지워진 사람들에 대한 전시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 작가나 딜러, 뮤즈로만 소비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 많은데, 현재는 베르트 베이유라는 20세기 초반 파리에서 활동한 한 여성 화상의 서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전시의 부제가 ‘젊은이들에게 자리를’(Place aux jeunes)이다.
베이유는 남성 중심의 미술시장이 대세던 1900년대에 파리 피갈지역에서 갤러리를 운영했다.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그는 그다지 큰 규모의 자본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이력을 결과적으로 들여다보면 굉장하다. 처음으로 피카소의 개인전을 열었고, 마티스와 피카소 둘의 작품을 동시에 전시한 유일한 화상이었으며, 당시엔 이해받지 못했던 야수파, 큐비즘 계열 작품을 전시해 아방가르드 미술이 확산될 수 있는 전시적 기반을 제공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아직 시장에서 발굴되지 않은 젊은 작가들에게 기꺼이 공간을 내어주었다. ‘젊은이들에게 자리를’이라는 슬로건은 그의 실제 신념이었다.
전시장 내에서 그가 발굴한 작가들의 작품을 쭉 지나다보면 어느덧 모딜리아니가 그린 누드화 앞에 다다르게 된다. 여느 누드와 달리, 여성의 음모가 그대로 드러난 이 작품을 두고 당시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는 에피소드가 함께 적혀 있었다. 가난한 화백이던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발굴한 베이유는 경찰서 맞은편에 위치한 자신의 화랑에 이 작품을 걸었고, 외설 논란과 검열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때 그는 “도대체 이 누드들이 뭐가 문제란 말야?”라며 맞섰고, 경찰은 “털이 문제야!”라고 응수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충돌은 그의 1933년 회고록 <한 방 먹이기!>(Pan! dans l’œil!)에 남았다. 그는 살아 있는 여성의 몸을 꾸밈없이 그려낸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매개했고, 기꺼이 검열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베이유는 신진 작가들에게 첫 번째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반복했다. 어떻게 보면 리스크를 떠안는 것도 그의 몫이었던 것 같다. 그는 거장을 만든 위대한 여성의 서사로 남지는 못했다. 감당할 수 없게 커진 대형 작가들을 품을 구조는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창작자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던 중개자로서, 그래서 새로운 시조와 차별화된 작화를 도모할 수 있게 만든 조력자로서 남았다. 말 그대로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기회를 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들어서니, 막상 젊은이들의 자리는 자꾸만 지워지는 것 같다. 경제 침체도 맞물렸던 탓이겠지만, 유독 신규고용률이 제대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이미 암묵지도 쌓이고 인사이트도 좋은 경력자나, 일찌감치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은 곳곳에서 각광받고 있다. 어느 누가 서로의 파이를 갉아먹는다는 뜻에서 볼 것만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시각과 차별화된 생각이 창발할 수 있는 환경은 분명히 필요하다. 익숙하고 고전적인 방식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세상엔 잔뜩 깔려 있다.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롭게 신인을 품고, 새로운 생각을 공적 공간에 전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주체들이 필요하다. 이 시대의 베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문득 멀리 떠나고 싶어진다. 북풍이 매섭게 불어오는 날이면 더욱 그렇다. 남쪽으로, 조금 더 남쪽으로. 그렇게 마음이 향하는 곳에 강진이 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남도 답사 일번지’로 꼽았던 이 고장에는 유배 온 선비가 남긴 학문의 향기가 서려 있고, 천 년을 이어온 청자의 빛깔이 고요히 숨 쉰다. 월출산 자락의 차밭에서는 겨울에도 푸른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농가의 따뜻한 아랫목에서는 꾸밈없는 인심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유배지에서 피어난 학문의 향기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다산 정약용. 그러나 정조 승하 이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천주교 탄압 사건인 신유박해에 휘말려 유배길에 올랐고, 역모 혐의까지 더해져 머나먼 강진까지 내려오고 말았다. 18년에 걸친 기나긴 유배 생활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만덕산 중턱에 터를 잡은 다산초당은 정약용이 유배 기간 중 11년을 보낸 공간이다. 그는 해남 외가에서 다량의 서적을 가져와 이 작은 초가에서 연구에 몰두했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그의 주요 저서 대부분이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다.
겨울의 다산초당은 한적하다. 비자나무와 동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초당에 닿는다. 마루에 앉아 겨울바람을 맞으며 200년 전 이곳에서 붓을 들었던 선비의 고독과 열정을 떠올려본다. 초당 뒤로는 백련사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있다. 정약용이 가장 친하게 지냈던 혜장 스님이 머물던 사찰이다. 두 사람은 이 길을 오가며 학문을 논하고 차를 나누었다고 전해진다. 다산초당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다산박물관이 있다.
천 년의 예술이 오늘을 만나다
강진은 고려청자의 주요 생산지였다. 통일신라 후기, 장보고 세력이 당나라로부터 도자기를 수입했으나 귀족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이 지역에서 직접 생산을 시작한 것이 그 유래다.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수송선에 실려 있던 도자기들 역시 이곳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강진도예촌 한쪽에 고려청자박물관이 있다. 청자를 굽던 가마터의 흔적은 물론, 통일신라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강진 청자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디지털 기술로 청자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한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도 운영 중이다.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청자의 빛깔과 문양이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도자기에 관심이 많다면 도예촌도 슬쩍 둘러보자. 강진 도예가들이 빚어낸 현대 청자를 감상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
청자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민화뮤지엄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화 전문 박물관으로, 200여점의 민화를 상설 전시한다. 고궁에서 보았던 일월오봉도,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도,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유명해진 호작도까지. 우리 조상들의 삶과 염원이 담긴 그림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역사의 켜를 걷다
강진에는 조선 시대 군사 요충지의 흔적도 남아 있다. 전라병영성이 그곳이다. 서해안으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 광주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이 성은 조선 중기 이후 전라남도와 제주도의 군사권을 총괄하는 육군 총지휘부 역할을 했다.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복원 중이며,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성곽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조선 시대의 부비트랩 ‘함마갱’과 적의 접근을 막는 해자 유적도 확인할 수 있다.
전라병영성 안에는 뜻밖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하멜 표류기>의 저자 헨드릭 하멜이 13년 억류 기간 중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선원으로 한반도에 표류해 조선의 한복판에 떨어진 이방인.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에서 만나보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설명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 특징이다.
치열했던 역사의 현장을 뒤로하고, 이제는 마음의 평화를 찾아 월출산 자락으로 향해본다. 고요함만이 감도는 천년고찰 무위사가 그곳에 있다.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이 사찰에는 고려 시대의 선각대사 부도비와 삼층석탑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서 있다. 본당인 극락보전은 1430년에 지어진 것이기도 하다. 성보박물관에는 무위사에 전해져 내려오는 수십 점의 불화가 전시되어 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자. 사찰 뒤로는 700m 길이의 자연생태탐방로가 이어진다. 등산로라기보다는 속세와의 연결이 잠시 끊어지는 듯한 고요한 오솔길이다. 30분 남짓, 천천히 걸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기에 충분하다.
차 한 잔의 온기, 농가의 정
월출산 남쪽 자락에는 드넓은 차밭이 펼쳐진다. 사시사철 초록빛을 잃지 않는 차밭과 병풍처럼 감싸는 월출산은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 차밭의 역사는 정약용의 제자 이시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승에게 차를 보내기 위해 이곳에서 차밭을 일군 것이 수백 년간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차밭 옆에는 이시헌의 후손 이한영 선생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이한영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차 브랜드 ‘백운옥판차’를 만든 인물이다. 일본에 녹차 문화를 빼앗길 수 없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일이었단다. 생가 옆 백운차실에서는 고택의 독립된 공간을 빌려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차밭의 초록빛, 저 멀리 솟은 월출산의 위용, 그리고 손안에 감기는 찻잔의 온기. 80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평온한 순간이다.
차밭을 직접 거닐고 싶다면 인근의 강진다원을 찾아가보자. 오설록이 운영하는 이곳은 방문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이어지는 차밭 끝에 월출산이 솟아 있는 풍경은 그림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강진다원 뒤편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가면 호남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강진백운동원림을 만날 수 있다. 조선 후기 선비 이담로가 꾸민 이 정원은 정약용이 유배길에 들러 찬사를 남겼을 정도로 아름답다. 대나무 숲길을 거닐고, 정자에 앉아 여유를 부려보자.
강진 여행의 마무리는 ‘푸소’로 하면 어떨까. ‘Feeling-Up, Stress-Off’의 약자로, 농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농촌 주민들의 훈훈한 정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라도 방언으로 ‘확 푸소’라는 말에 ‘덜어내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묘하게 일맥상통한다. 강진군청이 직접 관리해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차려내는 농가 밥상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서글서글한 농가주의 환대 속에서 부족했던 여유를 채워보자. 굳이 특별한 일정을 짜지 않아도 괜찮다. 논두렁을 거닐거나, 장작불 앞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겨울 강진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소박함 속에 깊은 울림이 있다. 유배지에서 학문을 꽃피운 선비의 기개, 천 년을 이어온 장인의 손끝, 차 한 잔에 담긴 수백 년의 전통, 그리고 낯선 이에게도 아낌없이 내어주는 농가의 정까지. 올겨울, 남도 끝자락의 온기 속으로 스며들어보자. 강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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