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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상위노출 [정동칼럼]대전·충남 초광역화, ‘좋은’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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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날짜25-12-29 21:15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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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상위노출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속도가 더 붙는 모양이다. 이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현안이 아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 초광역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국가 운영 체제의 근간을 재구성하는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과제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목표로 이 일을 추진한다는 말이 들려 슬그머니 걱정이 든다. 초광역 행정통합은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초광역 전략’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부·울·경 메가시티 비전에서 물꼬를 튼 후,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이 잇따라 합류했고, 전북과 강원은 제주처럼 특별자치도라는 또 다른 형태의 초광역 전략을 택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이런 길을 모색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초광역 전략은 단순하게 덩치 키우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혁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초광역 전략을 통해 더 많은 자율성과 더 큰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지역혁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로부터 권한과 재원을 확보하는 자율성, 더 넓은 공간과 더 복합적인 산업·인재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성은 분명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모든 통합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통합이 곧 지역 문제 해결이라는 ‘메시아 신화’도, 통합하지 않으면 곧 지역이 소멸한다는 ‘종말 신화’도 사실이 아니다. ‘모세의 기적’이나 ‘휴거의 기적’ 같은 것은 없다. 초광역 행정통합은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한 여러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잘하면 좋고 그러지 않으면 별 볼 일이 없는 그런 일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통합이고, 좋은 통합은 좋은 절차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의 추진 과정이 너무 성급해 보인다는 점이다. 초광역 행정통합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제도 변화다. 삶과 행정, 정치와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그렇기에 ‘숙의’가 필수다. 처음 겪는 문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 이해당사자가 직접 얽힌 문제는 시민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교과서의 원칙이다. ‘사회적 합의-행정적 합의-정치적 합의-법률적 합의’라는 관문형 의사결정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야 한다. 이 과업은 사실상 대통령 의제가 되어버린 모양새인데 그래서 더더욱 시한을 정해놓고 줄달음할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로 밀고 가는 방식도 마뜩잖다. 여론조사는 어느 한 시점의 생각과 느낌의 산술적 합일 따름이다. 반면 숙의 공론조사는 충분한 정보제공과 학습과 토론, 성찰을 거쳐 형성된 책임 있는 판단이다. 숙의 공론 과정을 거쳐야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불평등, 부담과 혜택의 불균형 같은 민감한 문제들을 사전에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조해야 할 점이 있다. “지방정치 제도 개혁 없는 초광역 행정통합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지역 권력 구조는 대체로 ‘강한 단체장-무기력한 지방의회-허약한 시민사회’라는 비대칭 상황이다. 이런 구조를 그냥 두고 이른바 ‘연방제 수준의 권력’을 지방정부에 부여하면 권력 집중과 민주적 통제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방의회의 권능 강화, 시민 참여 제도화, 권력 견제 장치 확립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초광역 행정통합은 오히려 혁신에 위협 요인이 된다.
특히 지역 정치 다양성을 실현하는 지방선거 제도 개혁 없는 초광역 행정통합은 끔찍한 일이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정치적 동종교배를 하는 대구·경북, 광주·전남을 생각해보면 다양성 없는 자율성이 가져올 문제가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연방제 수준의’ 철옹성을 구축한다면 지역과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정치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지방선거 제도 개혁 없는 초광역 전략은 재앙이라고 하는 것이다.
참고로 몇년 전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밀어붙이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결국 좌초했다. 정치적 허영과 공명심이 대의를 앞섰기 때문이다.
초광역 행정통합은 지역혁신을 위한 전략이어야 한다. 경험해보지 않은 제도 변화이기 때문에 충분한 숙의 없이 성급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 초광역 행정통합을 하려면 지방정치 제도 개혁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통령의 이름으로’ 다그칠 일이 아니다. ‘지역 주민의 이름으로’ 숙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초광역 행정통합이 우리를 지역혁신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지난해 3월 E씨(23)는 새벽에 수영을 하러나가다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가슴 안에서 “무언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바람 빠진 타이어를 끌고 다니는 자전거”처럼 E씨는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 침대까지 갈 수도 없어 바닥에 누워 있다가 영문도 모른 채 울었다. 글은 읽히지 않았고 좋아하던 야구중계를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단순히 지친 거라고 생각했지만 증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1년여가 흐른 지난 5월 E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로 불린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E씨가 겪었듯, 우울증은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들은 우울증을 ‘참으면 나을 수 있는 가벼운 병’으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우울은 감기 정도의 가벼운 증상이 아니었다. 이들은 우울을 “가슴에 두려움에 떠는 돌덩이가 얹혀 있는 느낌”(K씨·23), “근육이 사라지는 느낌”(H씨·29), “공기가 끈적한 꿀 같은 느낌”(D씨·32) 등으로 표현했다. E씨가 바닥에서 침대까지 갈 수 없었듯, 우울이 찾아오면 “머리도 감을 수 없고 화장실조차 갈 수 없는 상태”(I씨·26)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 극심한 충동이 오면 “칼로 가슴을 찢어내고 싶은 감정”(B씨·32), “죽고 싶단 감정이 강렬해 이성을 지배하는 느낌”(Q씨·17), “초조하고 미칠 것 같은 기분”(A씨·20)을 느꼈다. 여성들은 “우울은 그냥 훌쩍이다가 맛있는 걸 사 먹고 잊는 정도의 감정이 아니다”(D씨)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고통은 질병으로 이해되기보다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성들은 ‘호르몬 때문에’, ‘예민해서’, ‘나약해서’ 등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성격 문제로 우울이 환원되는 경험을 겪었다. 우울증·공황장애 등을 진단받은 A씨는 자신의 병을 증명하려고 진단서를 받아 부모에게 보여줬지만 “네가 게을러서 그런 거 아니냐”, “오버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정폭력으로 느끼는 자살 충동을 가볍게 여기는 경찰의 태도”(O씨·25), “내가 느끼는 우울이 구조적 문제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상담사”(N씨·25) 등 우울을 개인의 잘못으로 여기는 주변의 태도는 상처로 남았다.
이들은 여성의 우울이 ‘구조적 고통’으로 여겨지고, 사회적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높은 청년 자살률을 낮추려고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은 자살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난히 많은 여성 청년의 우울증에 관해 국가 차원의 연구를 하거나 대책을 마련한 적은 없다. 한국과 달리 호주에선 젊은 여성의 자해·자살 시도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이를 ‘아동기의 학대·친밀한 관계의 파트너 폭력으로 인한 자살 시도’로 분석하고 ‘국가 자살 예방 전략(2025~2035)’에 반영하기도 했다.
수빈은 “우울증을 겪는 여성들에게 사회는 ‘우울할 이유가 없는데 너희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며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비난받는 게 두려워 병세가 심해지는 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은 “정부도 사회도 여성의 우울증과 자살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여성 집단에서 유난히 높은 우울증과 급증하는 자살률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그에 맞춘 상담과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울증에 대한 인식 개선과 상담·치료 체계의 구축은 모든 우울증 환자에게 필요하다. 인터뷰에 참여한 여성들 역시 경제적 지원과 우울증 환자를 위한 일자리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체계만으로는 여성의 우울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을 향한 차별과 폭력이 계속되는 한 우울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10~30대 여성들은 2010년대 후반 ‘페미니즘 리부트’(페미니즘 대중화)를 경험한 세대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성폭력을 공론화한 ‘미투’ 운동, 2020년 실태가 드러난 성착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사회에 만연한 여성을 향한 폭력과 차별 문제가 부각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동)도 거셌다. 정치권은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성폭력처벌법에 무고죄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광장에서 등장한 ‘응원봉 여성들’은 이러한 백래시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광장에 힘입어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도 “특정 부분에서 남성 차별을 연구하라”고 말하는 등 여성 의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사회를 보며 여성들은 분노·불안을 넘어 무력감을 느꼈다. 여성들은 “대통령이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할 때”(O씨), “채용 성차별을 한 기업이 벌금형에 그칠 때”(여름), “여성들이 죽었다는 뉴스를 끊임없이 접할 때”(윤), 사회로부터 “너희가 아무리 죽어도 우리는 바뀌지 않는다. 너희 목숨은 하찮다”(윤), “아무리 외쳐도 무시당할 것이다”(H씨)와 같은 메시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바뀌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를 ‘사회를 바꿀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으로 돌리기도 했다. “거대한 구조 속에서 나 역시도 누군가를 착취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A씨), “사회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없다는 고통”(L씨·24)은 여성들의 우울감을 키웠다.
여성들은 “성범죄에 대한 온당한 처벌”(8명), “노동 현장에서의 차별 대책”(9명)이 있어야 우울증도 옅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여성을 향한 차별과 폭력을 ‘논쟁 대상’, ‘해석의 영역’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은 “한국 사회는 여성 차별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며 “국가도 사회도 그 누구도 여성인 나를 사람으로 바라봐주지 않고 존중해주지 않는데 어느 누가 제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화된 무력감’이야말로 조용한 학살의 시작”이라며 “차별과 폭력에 대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이 파도처럼 덮치는 순간에도 여성들은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죽고 싶었지만 동시에 살아남아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여성들의 삶은 때로 우울에 먹히고 잠겼지만 이들은 우울을 다루고 우울에 맞서고 우울에 함께하기도 했다.
M씨(36)는 우울이 찾아왔을 때 대처하는 자신만의 방침을 만들었다. 일상을 살아가다 충동이 느껴지면 즉시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30분 후에도 가라앉지 않으면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건다. 그 후에도 충동이 지속되면 응급실에 간다. M씨는 “병을 다루는 일에는 이골이 났다”며 “이제 곧 (우울과) 20주년을 맞는다”며 웃었다. 다른 여성들은 노래를 듣거나(P씨·10대), 글을 쓰거나 읽고(I씨·26), 숨이 턱 끝까지 찰 때까지 달리거나(윤), 손목에 고무줄을 튕겨(규영) 충동을 억누르는 등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
이들이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을 때까지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I씨는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하다가 극심한 불안과 충동에 휩싸여 자해했다. I씨는 친구에게 연락했고, 친구는 곧바로 달려와 상처를 치료하고 밥을 사줬다. “‘우리 죽지 않기로 약속하자’던 친구들의 말”(N씨), “돈이 없을 때 도와준 친구들”(수풀·M씨), “한강에 몸을 던지려 했을 때 역까지 데려다준 동네 방위대 분들”(O씨),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과의 연대”(자유별) 덕분에 여성들은 죽지 않았고, 살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말 죽고 싶었지만 사실은 그것이 살고 싶다는 강렬한 갈망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규영)고. 굳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 하지 않고(N씨), 늦더라도 언젠가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으며(G씨), 이 세상은 내가 한바탕 즐기고 지나갈 세계라는 마음으로(R씨) 살아가고 있다고. 그래서 아직은 “살아있는 나 자신이 기특하다”(A씨)고. 자신을 해치게 하고 지치게 하고 때론 더 힘써 지키게 했던 우울과 함께, 여성들은 지금도 자라나고 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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