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상간녀변호사 “비싼 학비 내고 더러운 학교 보고싶지 않다”···청소노동자에게 학생들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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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날짜25-12-29 12:58 조회1회 댓글0건본문
이번 투쟁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덕성여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청소노동자들에게 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며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인원 감축 반대 서명운동엔 1400명 넘는 구성원들이 참여했다. 청소노동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투쟁을 응원하는 말이 쏟아졌다. 그 연대의 풍경을 자세히 살펴봤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수는 최근 몇 년간 계속 줄었다. 2022년 51명, 2023년 50명, 2024년 47명에 이어 2025년은 44명이었다. 학교 측은 2025년 말 정년퇴직하는 청소노동자 3명만큼의 인원을 또 줄이겠다고 했다. 2026년엔 41명이 되는 것이다. 7명이 청소하던 도서관은 5명이, 3명이 청소하던 학생회관은 1명이 청소하는 상황이 됐다. 학교 입장에선 비용 절감이 되지만 기존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청소량은 점점 늘어난다. 노조(공공운수노조 덕성여대분회)는 업무강도 증가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학교 측의 업무 재배치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학생들이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은 2024년 8월이다. 청소노동자는 흔히 ‘그림자 노동’으로 불린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모르는 사이 노동이 이뤄진다. 노학(노동자·학생)연대 기획단 ‘손잡이’의 제안을 시작으로 덕성여대 학내 단체인 교지편집위원회 ‘근맥’, 퀴어네트워크 ‘이오’ 구성원들이 실태조사팀에 합류했다. 직접 설문지를 짜고 2024년 9월 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실태조사팀이 낸 보고서를 보면 청소노동자들은 과거에 비해 한 사람이 처리해야 하는 작업의 양이 늘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구역이 2층에서 3층까지로 확대되고, 다른 건물에서 인원이 줄면 주변의 업무량이 함께 늘어났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걱정과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노동자가 적으면 청소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구역을 끝내야 해서 급하게 일하게 된다”, “일이 힘들어서 더 이상 이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대체 인력이 없어 아플 때도 출근해야 한다고 느낀다”는 답변이 나왔다. 인원 감축이 그저 숫자 하나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어떻게 열악하게 만드는지가 보고서에 담겼다.
덕성여대 학생 김다은씨(25)는 이번 조사에 참여하면서 청소노동자 휴게실 위치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 김씨는 “학생과 교직원이 본격적으로 학교 공간을 이용하기 전에 청소 노동을 대부분 마쳐놓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면서 청소노동자를 마주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며 “휴게실도 누가 데려가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학교 구석진 곳, 지하 혹은 건물 뒤편에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며 “이를테면 도서관 청소를 하다가 책을 뽑아서 잠깐 봤는데 ‘읽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휴게실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냄새가 심하게 풍기는 것은 편하게 못 먹는다는 게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근맥 부편집장인 조은경씨(23)는 학교의 4~5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썼는데, 이게 청소노동자들도 관련된 문제라는 것을 실태조사를 하면서 알게 됐다. 조씨는 “건물 전체를 한두 분이 계단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청소하는데 넘어지거나 미끄러져서 심장이 철렁할 때도 많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조사원들과 화가 난다는 대화를 나눴는데 ‘학교에 몇 년을 있으면서도 몰랐구나’ 싶었다. 깊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기 어렵구나 싶어서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씁쓸했다”고 했다.
실태조사는 청소노동자와 학생이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고 소통, 교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한비씨(25)는 “인터뷰를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했는데 갈 때마다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따뜻하게 반겨주신 것이 제일 인상 깊은 환대의 장면들이었다”며 “4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구석구석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태조사를 통해서) 학교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생태계인지, 그 생태계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자세히 알게 됐다”고 했다. 지난 12월 5일엔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실태조사팀 소속이 아닌 학생들도 참여해 간담회 장소인 노조 휴게실이 꽉 찼다.
이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조가 지난 12월 9일부터 덕성여대 구성원(학생·교원·직원·동문)을 대상으로 인원 감축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는데 3일 만에 800여명, 12월 24일 기준 총 1410명이 서명했다. 서명에 참여한 규모도 컸지만, 그중 416명은 ‘학교 당국과 청소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상세하게 적어냈다. 한 학생은 “야간에도 학교 강의실에 남아 작업을 하면서 많은 양의 쓰레기들이 생겨나는데 그걸 모두 힘들게 청소해주는 모습을 봤다. 그 덕에 깨끗한 환경에서 새로이 작업할 수 있었다”며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더 대우해드려야 마땅하고, 인원 감축으로 업무강도가 높아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구성원은 “청소노동자들이 하루라도 없으면 학교가 더러워진다. 제일 중요한 일을 맡은 인원을 감축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반성의 말들도 있었다. 한 학생은 “기숙사에 있는데 이렇게 적은 인원이 교내 청소 노동을 전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학 1년이 다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 매우 부끄럽다”며 “문제가 원만히 해결돼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으로 삶을 이어가실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1교시가 있어 이번 학기 내내 주 3일은 아침 8시에 학교에 갔다. 그 시간에도 청소노동자들은 일하고 있는데 최근에야 인원 감축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제 무지함에 죄송한 마음뿐이다. 이렇게 서명이라도 적어 그분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자 한다”고 했다.(▶덕성여대 구성원들의 더 많은 말들은 기사 하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노조는 서명에 참여해준 덕성여대 구성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노조는 “가장 일찍 새벽에 출근해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나오기 전에 청소를 마쳐야 하는 노동자들은 ‘우리 일하는 거 빗자루나 알지’라며 자조해왔지만, 이렇게 많은 학생이 우리를 ‘보고’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됐다”며 “써준 글들을 읽으며 참으로 큰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덕성여대 학생들의 이번 연대가 특별한 것은 2022년 청소노동자 투쟁 때 겪은 갈등과 혼란 때문이기도 하다. 청소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했는데, 당시 총장이 노조를 비판하는 담화문을 낸 뒤 학내에 청소노동자 투쟁을 반대, 폄하하는 대자보와 메모지가 붙었다. ‘노동자 OUT’, ‘NO 연대’ 등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성 발언, 청소노동자와 학생을 대립 구도로 몰아가는 주장이 이어졌다. 청소노동자에 연대하는 학생이 저격을 당하고 청소노동자들은 고립됐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여러 학생은 2022년 사태에 대한 부채감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연대하게 된 동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2022년 청소노동자에 연대했고 이번 실태조사에도 참여한 손세림씨(26)는 “당시엔 혐오가 너무 커서 연대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다. 주변 친구들도 (학교가) 부당하다고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기에는 무서워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런 손씨는 최근의 연대 흐름에는 놀랐다고 했다. 손씨는 “2022년 당시에는 연대하는 쪽에서도 ‘어머니들이 힘드시니까, 불쌍하니까’ 이런 동정론이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인원 감축은 부당하다’, ‘청소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을 봤고 이들의 요구에 공감이 간다’, ‘청소노동자의 노동권이 우리의 노동권과 이어져 있다’는 식으로 2022년엔 없었던 이야기들이 나왔다. 많이 놀랐다”고 했다.
덕성여대 학생들의 연대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까. 손씨는 실태조사와 서명운동에 대해 “학생들이 청소노동자의 삶과 내 삶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청소노동자도 학교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우한비씨는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는 ‘그냥 아름다운 일’에서 끝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연대가 ‘학생들의 놀랍고 감동적인 연대’ 같은 단순한 미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학교가 구조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예를 들어 청소노동자의 노동 강도와 인원 감축이 공식적인 의제로 다뤄지면 좋겠다”며 “또 이 논의가 청소노동자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덕성여대가 어떤 방식으로 비정규나 외주 노동을 유지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특혜 의혹 논란이 28일 확산하고 있다. 항공사로부터 고가 숙박권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가족 병원 진료와 회사 업무 등 사적인 일에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자 야당에서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당 일각에서도 당직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오는 30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김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김 원내대표는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께 솔직하게 해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강선우 의원(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직원 갑질 의혹,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의혹, 최민희 의원의 피감기관 축의금 논란 등 대형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것이 민주당이 말해 온 공정과 정의냐”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서민 정책을 책임지고 챙겨야 할 여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비리 시리즈를 폭로하는 전직 보좌관들과 싸우기 바쁘다”고 비판했다.
범여권인 진보당에서도 김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미선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법과 윤리 앞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며 “김 원내대표는 즉각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며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논평을 통해 “김 원내대표는 지도부다운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병언 혁신당 대변인은 “사안의 엄중함에 부합하는 사려깊은 행보를 보여주셔야 할 때”라며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여당 지도부의 한 명으로서 책임과 지혜를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김 원내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 특검, 사법개혁 법안 처리. 6·3 지방선거 등 새해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개인 리스크가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에게 제기된 의혹 대부분이 국민 정서가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갑질과 가족 찬스 같은 것들인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 A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당에서 밀려 나가는 것보다는 본인이 결자해지하며 사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중요 현안을 놓고 국회를 운영해야 하는데 원내대표 모양새가 안 좋아지면 우리 전선이 흐트러진다”며 “본인이 억울한 면이 있다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고) 의원으로 내려와 해명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B의원은 정청래 대표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 때 김 원내대표 논란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사과한 것을 두고 “당 대표가 사과할 정도면 새로운 국면인 건데 (원내대표) 혼자 버틴다고 되겠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여가부 장관 후보직에서 낙마한 강선우 의원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성추행 수사를 받는 장경태 의원의 서울시당위원장직 등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전례 때문에 김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도 더 강하게 입장을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의원은 “강선우 의원 (갑질 논란) 때 ‘같이 믿고 가자’라고 말했던 장본인인 정 대표가 어떻게 (김 원내대표에게) 그만두라고 하겠느냐”며 “보좌진과 지라시 폭로전으로 가면 김 원내대표가 더 다칠 수밖에 없는데,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내대표직은) 사퇴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 측은 아직 사퇴를 고려하진 않는 분위기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위에 대해선 사과하되, 일방적인 의혹 제기만으로 당직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릴 예정인 당 의원총회에서 이런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서울 도봉구 한 카페. 흐르는 경쾌한 캐럴 위로 격앙된 목소리가 뒤섞였다. “10년간 회사 생활해서 모은 돈 전부 날려서 죽고 싶었다” “좁은 방에 갇힌 것 같았다”는 절규가 캐럴 사이를 뚫고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나상훈)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일대에서 최소 100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김모씨의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사는 “100명이 넘는 다수 임차인에게 전세사기를 저질렀고, 임대차 계약을 위조해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했다. 김씨는 최후 변론에서 “내 생각보다 큰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재판을 법정에서 지켜본 피해자 7명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법원 근처 카페로 모였다. 이들은 “징역 10년을 살고 100억원이 생긴다면 연봉이 10억원인 셈”이라며 “이러니 사기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김씨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알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형이 선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를 저지른 김씨는 지난해 9월 구속됐고 같은 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내년 1월27일 선고일에는 마침내 ‘법의 심판’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김씨가 아무리 무거운 벌을 받는다 한들 피해자들의 고통은 단 한 줌도 덜어지지 않는다.
피해자들 일부는 여전히 ‘전세사기 건물’에 살고 있다.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기에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다. 되려 자신의 돈을 들여 낡아가는 건물을 수리하며 버티고 있다.
지난 24일 전세사기 건물을 찾아가 만난 피해자 A씨(31)는 ‘한동안 집에서 도망치듯 밖으로 나오곤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퇴근하고 쉬러 가야 하는 공간이, 다른 고민을 끊을 수 없는 공간이 돼 버렸다”며 “작은 방안에 갇힌 것 같아서, 온종일 카페에 있는 등 어떻게든 집을 벗어나려 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사기를 당한 뒤 결혼을 준비하던 애인과 헤어졌다. 지난해 7월부터는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B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방까지 걸어가다 보면 다른 방 앞에 붙어 있던 법원등기 안내서가 날 노려보는 것 같았다”며 “자다가도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자주 깨곤 했다”고 말했다.
하모씨(32)는 서울 동대문구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직장까지 왕복 3시간30분 거리를 오갔다.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한동안은 방법이 없었다. 하씨는 1년이 넘게 장거리 출퇴근을 하다 최근 가까스로 대출을 받아 이사했다. 하씨는 “입사 초기에는 일주일에 2~3일 정도 회사 수면실에서 잤다”며 “어느 날부터는 동료들에게 자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옷을 챙겨 다녔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 지원 제도가 있지만 피해자들은 그 효능을 체감하지 못했다. 하씨는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출을 받기 위해서 여러 은행을 돌아야 했다. 두 곳에서 먼저 거절당하고 세번째에서야 간신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씨는 “대출을 해주겠다고 약속한 뒤에도 은행 내부 인사로 담당자가 바뀌면서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전셋집을 매입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신청을 하러 갔다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2개월간 낙담한 상태로 지내다가 이후 동대문구청에 문의하니 “유사한 형태의 건물이 신청한 예도 있다”는 답을 받았다. B씨가 재차 문의하자 LH는 입장을 번복했다. B씨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A씨는 기자와 만날 때 수백 장의 문서를 챙겨왔다. 혼자 힘으로 증거를 모으고, 지원 제도를 찾느라 전문가가 돼 버렸다. A씨는 손가락에 골무를 끼고 사건 기록을 넘기며 설명했다. 임차권 등기는 뭔지, 경매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어떤 지원 제도가 있는지도 알게 됐다. A씨는 “절차를 진행할 때마다 이럴 거면 공인중개사나 법무사 시험을 준비해야 하나 생각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세사기를 당한 이후 피해자들의 달력에서는 성탄절이 사라졌다. SNS에 올라오는 지인들의 성탄절, 가족 소식은 고통을 더할 뿐이다. B씨는 “나는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됐나,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직장 근처로 이사했다가 전세사기를 당한 A씨도 “내가 왜 이 직장으로 이직해서, 왜 하필 이 동네를 골라서, 이 집을 계약했을까 하는 생각에 빠지다 보면 신경이 곤두서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전세사기전국대책위는 지난 17일 “전세사기 대응은 국토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피해자와 시민사회, 전문가,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종합적인 피해 구제 및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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